<교복과 젖병>
"제일 큰 교복으로 주세요."
고등학교 1학년을 올라갈때 엄마랑 교복을 맞추러 갔을 때 엄마가 하셨던 말이었어요.
가게에서는 다행히 제일 큰 교복보다 한두 치수 작은 걸로 주셨지만 저에게는 동복이 너무 커다란 교복이었죠.
3년 내내 너무 큰 교복을 입으며 늘 불만이었어요.
다른 엄마들처럼 내 몸에 맞는 걸로 사주지...
엄마는 내 마음을 너무 몰라, 하면서.
이제는 아기를 낳고보니 그 마음이 헤아려집니다.
우리 아기가 잘 먹을 걸 예상해서 닥터브라운(배앓이젖병)을 260ml로 6개 구매해서 먹였거든요.
근데, 신생아이기도 하고 워낙 짤짤이로 먹어서 40ml~ 120ml 사이로만 먹어요.
260ml는 너무 커다랗던 거죠.
결국 160ml 유미젖병으로 재구매합니다.
이번에는 신중하게 3개 써보고.. 일주일 정도 적응해 본 후 2개를 추가로 주문했어요.
젖꼭지도 1~3개월용으로 먹이며 먹일때마다 잘 못 먹어서 다시 0개월용으로 모조리 재구매했어요.
우리 아기는 분명히 잘 먹을 거라는 긍정(?)적인 마음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.
20년전 우리 엄마도 제가 확확 클꺼라고 생각하셨으니까 가장 큰 교복을 달라고 하셨겠구나 하는 매듭이 지어집니다.
이제는 나보다 내 아들을 더 잘 봐주시며 무릎이 밤낮으로 아플때까지 움직여주시는 우리 엄마.
아기가 커가는 만큼 나랑 엄마는 더 늙어가겠네요.
우리 아기가 훗날 중고생이 되었을때, 그 옛날 20년전의 겨울 추위를 다 막아줬던 젊었던 우리 엄마만큼 따뜻한 사랑을 똑같이 내려줄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.
물질적인 가치보다 마음의 가치를 더 두고 사시며 실천하셨던 숭고한 사랑.
부족했고, 가난해서 살 수 없었던 많은 물건들을 사랑의 무게에 비교했던 철없음이 부끄러워지네요.
아기를 위해서 유미젖병을 구매하고, 삶거나 소독기로 소독하면서 이것 또한 부족하지만 다 해주고 싶은 엄마의 사랑이라는 걸....
우리 아들이 커서 가장 힘들때 그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는 내면적으로 단단한 힘이 되길 바랍니다.